2020. 9. 30. 23:36
음식미학
올해 추석은 코로나19로 인해 양가 부모님 댁을 방문하지 못했다.
덕분에 결혼 후 처음으로 ‘집콕’ 명절 연휴를 보내게 됐다.
나는 집에서 추석을 보내는 만큼 특별히 명절 음식을 준비할 필요는 없겠다 여겼는데, 장모님께서는 그래도 명절이니 소고기무국 만큼은 꼭 해 먹으라고 아내에게 당부하신 모양이다.
장모님과 통화한 아내는 평소 엄마가 만드는 모든 명절 음식을 다 준비할 순 없지만 그래도 몇 개는 요리해서 우리도 추석 기분을 내자고 했다.
그래서 추석 전날 아내가 수고해서 만든 게 ‘소고기무국’과 ‘꼬막무침’이다.
우선 우리는 평소 100% 현미밥을 먹는다.
가끔 현미에 보리나 서리태를 섞어서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 100% 현미밥을 먹는다.
아내는 국을 끓일 때 소금이나 간장을 거의 넣지 않기 때문에 소고기무국이 조금 싱거웠지만 대신 후춧가루를 조금 뿌리니 국물 맛이 시원하고 간도 잘 맞았다.
가을이긴 해도 아직 9월이라 꼬막이 제철이라 보긴 힘들어서 행여 여름 조개 특유의 쓴맛이 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꼬막이 좀 잘긴 해도 생각보다 맛은 괜찮았다.
아내는 이렇게 요리해서 오손도손 먹으니까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내친김에 내일은 쭈꾸미볶음과 돼지갈비를 하겠다길래 나는 둘 중 하나만 먹어도 충분할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추석을 집에서 보내게 되어 아내의 고생이 다소 덜하리라 생각했는데, 집에 있어도 아내가 수고하는 건 결국 매한가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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