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추석에 또 요리를 했다.
돼지갈비와 쭈꾸미볶음을 하겠다고 해서 둘 중 하나만 하자고 말렸는데 결국 둘 다 해버렸다.
사실 아내가 요리를 즐기진 않는다.
식탐이 거의 없고 늘 먹어야 하니까 먹고 일을 해야 하니까 조금 먹는 정도다.
하루 두 끼를 아주 조금만 소식(小食)한다.
아내가 요리를 하는 건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지 스스로를 위한 행동은 아니다.
아내가 점심 때 만든 돼지갈비다.
어제 만든 소고기무국도 그랬지만 돼지갈비도 아내가 처음 요리한 것이다.
간이 잘 배여 있을 뿐 아니라 고기가 뻑뻑하거나 질기지 않고 살코기 부분까지 입 안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맛있었다.
아내 이야기로는 오랫동안 삶은 게 육질이 촉촉해진 비결이라고 한다.
저녁에 만든 쭈꾸미볶음은 아내가 이전에도 몇 번 만든 적 있는 음식이다.
평소와 달랐던 점은 떡볶이용 떡을 조금 넣은 것인데 그래서 그런지 평소보다 약간 싱거웠지만 그렇다고 맛에 큰 차이가 있진 않았다.
아내는 요리 하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한 번 시작하면 음식을 참 맛깔나게 잘 만든다.
나는 이런 아내의 요리 DNA가 아마도 장모님으로부터 유전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장모님께서는 다양한 요리를 큰 고심 없이 뚝딱뚝딱 쉽게 잘 만드시는데, 대부분 계량화된 레시피 없이 감으로만 하신다.
다시 말해 체화된 손맛에 의지한 요리인지라 그 진수를 딸에게 말로 전수하시기가 쉽지 않다.
내가 신기한 것은 장모님께서 대강 말로만 설명하신 것을 아내가 나름의 감으로 정확히 구현해 낸다는 점이다.
처음 만드는 음식도 아내가 실패하는 경우를 거의 못 봤다.
이틀 간 탄력 받은 아내가 내일 만들 요리를 또 이야기했지만, 추석 연휴 내내 요리를 하면 아내가 지치지 않을까 싶어 내일 식사는 내가 준비하겠다고 했다.
내일은 편안히 쉬면서 평소 하고 싶었던 독서를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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