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10. 21:04
음식미학
나는 잔치국수를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내가 요리한’ 잔치국수를 좋아한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가끔 잔치국수(그때는 아직 잔치국수라는 단어가 없었고 그냥 ‘물국수’라고 불렀다)를 해 주셨는데 나는 어머니가 해 주시는 잔치국수를 참 좋아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난 후에도 그 맛이 그리워 가끔 식당에서 잔치국수(물국수)를 사 먹곤 했는데, 지금껏 딱 한 곳을 제외하면 어머니의 잔치국수 맛을 느끼게 해 주는 식당은 단 한 군 데도 없었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분명 어머니가 해 주신 것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세월이 흘러 내가 결혼하고 아내와 함께 고향에 갔을 때 어머니는 잔치국수를 말아 주셨다.
그때 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본 아내는 어머니로부터 직접 잔치국수 요리법을 배웠다.
이후로 아내는 종종 잔치국수를 요리해 주곤 하는데, 정확히 어릴 때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바로 그 맛이다.
그간 식당에서 먹었던 잔치국수와의 맛 차이는, 아마도 육수와 고명 때문이 아닌가 짐작한다(내 질문에 대한 아내의 답변은 그렇다).
오늘은 피로와 두통 때문에 조금 무기력한 하루를 보냈다.
내가 입맛이 없어서 저녁을 먹지 않고 그냥 쉬겠다고 하자 아내는 내가 좋아하는 잔치국수를 요리했다.
식사를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안 먹을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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