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열대어만 따로 있는 수조를 셋팅할 생각은 아니었다.
레이저백 머스크 터틀(레이저백)과 커먼 머스크 터틀(커먼머스크)을 기르는 수조가 좀 심심해 보여서 수조에 역동성을 부여하고자 열대어를 함께 넣어둔 거였다.
거북이와 열대어가 평화롭게 공존하길 바라면서.
그렇게 믿은 근거는, 레이저백과 커먼머스크가 아직 해츨링인데다 워낙 작은 사이즈여서 어느 정도 성장하기 전까지는 열대어를 쉽게 공격하지 못할 거라는 데 있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열대어들은 워낙 재빠른 반면, 레이저백과 커먼머스크는 수영에 그다지 능숙한 종이 아니어서 거북이들이 열대어를 쫓아가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열대어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이던 거북이들이 며칠 간의 탐색 기간이 끝난 후 내 예상과 달리 갑자기 열대어들을 공격하는 건 물론 실제 사냥에도 성공하기 시작했다.
특히 2.7cm에 불과한 레이저백 해츨링 뽀리가 하루 사이에 무려 열 마리를 사냥해서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사이즈가 작고 동작이 느린 네온 테트라가 주 사냥감이었다.
하루 한 마리도 아니고 열 마리가 잡아 먹히는 걸 보면서 내 머릿속이 좀 복잡해졌다.
처음 계획이 어그러진 건 물론, 열대어들이 잔뜩 겁을 먹고 수조 구석에 숨어서 꼼짝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그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며칠 전만 해도 수조 속을 맘껏 활개치며 헤엄치던 녀석들이었는데.
수조를 하나 더 늘여야 하는 부담에 조금 고심했지만, 결국 나는 아내의 양해를 얻어 열대어들을 단독 사육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큰 채집통에 옮겨서 기르다가 다시 SM 라운드 수조(50-33-34)로 이사해서 지금까지 양육 중이다.
현재 열대어 수조에는 구피, 네온 테트라, 제브라 다니오, 레오파드 다니오 롱핀, 레인보우 샤크, 글라스 캣, 코리도라스 브론즈, 애플 스네일, 개운죽, 붕어마름 등이 살고 있다.
확실히 열대어 수조는 거북이 수조에 비해 배설물이 적어서 수조 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편이다.
외부여과기가 없어도 스펀지여과기 두 개만으로 생물학적 여과 사이클 형성이 가능하다.
다만 자칫 모든 여과의 기초가 되는 물리적 여과가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보조로 걸이식여과기를 하나 부착해 두었다.
그런데 최근 내 고민 중 하나는 열대어 수조가 점점 과밀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는 수조 크기에 걸맞는 적당한 개체수였는데 여덟 마리였던 구피가 어느새 삼십 마리 정도로 번식하고 성장하면서 수조 내부가 점점 비좁아지고 있다.
수조 속을 들여다 보니 또 새로 태어난 구피 치어들이 개운죽과 붕어마름 사이에서 서식 중이다.
관리하는 수조가 이미 네 개나 되는 상황에서 이 이상 수조를 늘이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계속 고민은 해야겠지만 수조 과밀을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답답한 상황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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