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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리
한 책의 사람,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는 생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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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23. 02:46 新별주부전

오늘(10월 22일)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내가 기르고 있는 보석거북(중국줄무늬목거북)의 사육을 허가한다는 서류를 받았다.

올봄에 보석거북이 환경부장관이 지정한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되면서 법적으로 판매와 사육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내가 보석거북을 계속 양육하기 위해선 한강유역환경청의 허가가 필요했다.

추석 직전인 9월 말 무렵 지정된 양식에 따라 허가 신청서를 보냈고 거의 4주가 지난 오늘 드디어 사육을 허가한다는 답장을 받았다.

별일 없으리라 예상하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허가 서류를 받으니 마음의 짐 하나를 덜어낸 느낌이다.

다만 앞으로 보석거북이 실외로 탈출하거나 번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무사항은 있다.

내가 보석거북 둔치를 처음 입양한 날은 대략 2년 2개월 전인 2018년 8월 24일이다.

국내 한 대형 수족관에서 4.5cm 해츨링을 입양했고, 수족관에서 나름 활발하고 건강해 보이는 녀석을 데려왔다.

쿠터 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보석거북 특유의 긴꼬리가 특히 매력적이었다.

입양 첫날부터 가리지 않고 사료를 잘 먹는 모습을 보니 특별한 적응 기간은 필요 없겠다 싶었다.

하지만 불과 며칠도 지나지 않아 나는 둔치로 인해 한 가지 고심을 안게 됐다.

다름 아니라 건강해 보이는 둔치가 도무지 물속으로 잠수하지를 않았다.

일반적으로 거북이는 폐에 이상이 있으면 물속에 잠수하지 못하고 물위를 둥둥 떠다니곤 한다.

하지만 둔치는 식성이 좋은 데다 얼핏 겉보기에 특별히 아픈 곳은 없어 보였다.

다만 대개의 시간을 거북이육지에만 머물러 있는 데다 어쩌다 물로 뛰어들어도 물위에서만 헤엄칠 뿐 당최 물속으로 들어가질 않았다.

아주 드물게 물속을 향해 맹렬히 잠수를 시도한 적은 있지만 부력 때문인지 어느 정도 이상은 내려가지 못하고 다시 떠오르곤 했다.

그것도 처음 며칠만 그랬던 게 아니라 입양 후 무려 두 달 동안이나 잠수를 하지 않아서 난 점점 애가 탔다.

혹시 폐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하지만 아픈 거북이 치곤 사료를 가리지 않고 온갖 먹이를 너무 잘 먹어서 도무지 둔치의 정확한 상태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입양 후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둔치가 육지에서 내려와 사뿐히 자연스레 물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던지.

‘둔치야, 너 아픈 게 아니라 그동안 잠수하는 법을 몰랐을 뿐이구나.’

둔치는 해츨링 시절 토종자라 빼꼼이와 사이즈가 비슷해서 함께 합사를 시켰는데 첫 6개월 정도는 큰 갈등 없이 서로 공존하며 잘 지냈다.

서열은 빼꼼이가 높았지만 그렇다고 둔치와 큰 싸움을 벌인 적은 없었다.

외려 초반에는 둔치와 서로 노려보던 빼꼼이가 먼저 꼬리를 내리고 줄행랑을 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둔치와 빼꼼이의 배갑이 10cm를 넘으면서부터 둘을 합사시키는 게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종종 심하게 첨벙이는 물소리에 놀라서 수조로 달려가 보면 빼꼼이가 둔치의 배갑이나 앞발을 물고 늘어지고 있었고 둔치는 그걸 빠져나가기 위해 온갖 힘을 다해 요란하게 몸을 흔들고 있었다.

빼꼼이는 아성체가 되면서부터 둔치를 괴롭히기 시작했는데, 입질의 사이클은 점점 짧아지고 난폭함의 강도는 더욱 심해져 갔다.

함께 평화롭게 공존하길 바랐던 나였지만, 둔치의 안전을 위해 결국 작년 봄부터 둘을 분리 사육하게 됐다.

보석거북 둔치가 레이저백 쪼꼼이와 함께 있는 모습이다.

둘이서 평화롭게 노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나는 토종자라 빼꼼이, 보석거북 둔치 외에도 레이저백 두 마리와 커먼머스크 두 마리를 추가로 기르고 있다.

요즘 둔치의 모습이다.

배갑이 무려 20cm까지 자랐다.

빼꼼이의 공격으로 부러졌던 앞발톱은 다시 자라났지만 특유의 긴꼬리는 부절로 인해 짤막해졌다.

긴꼬리는 보석거북의 상징이자 매력인데, 빼꼼이의 연이은 공격으로 부절된 둔치의 꼬리를 보노라면 제때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속이 상한다.

둘을 분리 사육한 후에도 가끔 전체 환수를 위해 잠시 빼꼼이와 둔치를 한 곳에 넣어 두곤 했었는데, 요즘은 물조차 없는 그 짧은 순간에도 빼꼼이가 둔치를 부리나케 공격해 물어뜯곤 해서 결국 이것마저도 하지 않게 됐다.

이제 빼꼼이보다 둔치의 덩치가 더 큰 데도 여전히 사정없이 당하는 모습을 보니 영 안타깝다.

오늘 한강유역환경청의 사육 허가가 떨어진 만큼 이제라도 둔치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잘 길러보고 싶다.

난 둔치의 귀여운 얼굴과 통통한 거북이스런(?) 배갑이 참 사랑스럽다.

posted by 소크리